음양오행을 표현한 차례상 > 석전종중 - 전통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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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전종중 - 전통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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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을 표현한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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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귀암]_광호 작성일 08-03-27 05:06 조회 2,8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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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는 조상숭배 의례의 한 종류로 시제, 묘제, 기제와 달리 약식 제사다. 따라서 차례는 다른 제사와 달리 아침에 지내므로 촛불을 켜지 않고, 축문이 없으며, 술은 한번만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례는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 즉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께 지낸다. 조상의 제사 를 모실 때 배우자를 함께 모시듯이 차례에서도 조상들의 배우자를 같이 모신다. 이를 합설 (合設)이라고 한다. 차례 하면 복잡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으로 생각하나 그 유래와 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차례 상차림을 보면 5열로 진설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 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렵, 채집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제일 앞쪽의 과일과 둘째 줄의 나물과 채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었던 음식 전, 농경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순서대 로 올려진 것이다.

차례상차림은 제수를 놓는 위치와 수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르고 있다. 물론 음양오행설이 현대에는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과거 조상들이 차례 상차림속 에서도 그네들이 생각한 일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차례상은 신위는 북쪽에 놓고,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에 놓는다는 일정한 방위 규칙을 갖고 있다. 또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 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려고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의 진설 방법은 이설이 분분하다.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리 (棗栗枾梨)가 있다. 대체로 현대에 들어서는 조율시리를 많이 따른다.

제사상의 주된 과일로 대추, 밤, 감, 배가 오르는 것은 이들이 대체로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밀양 박씨 문중 제사에서는 이 과일들을 이렇게 풀이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인 과일인데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것이 특징으로 왕을 상징 한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톨이니 3정승을, 배는 씨가 6개로 6판서를 감은 씨가 8개 이니 8방백(方伯, 관찰사)을 의미한다고 한다. 왕은 항상 지엄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절대적 존재였는데 그런 왕을 상징하는 과일을 진설했다는 설명이 믿기 어렵다.

대체로 과일의 제수 그릇 수는 짝수만큼 놓도록 돼 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둔 지산(地産), 즉 음산(陰産)이기 때문에 음수인 짝수로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후로 과일제수 그릇을 홀수로 놓는데 이 이유는 명확치 않다. 그리고 한 제기에 과일을 올릴 때는 귀함을 뜻하는 양 (陽)의 수인 홀수 개를 놓았다. 이 때 과일의 위아래를 깎아 놓았는데 그 이유는 잘 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조상들이 드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다듬어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두번째 줄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삼색 나물의 삼색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는데 그 이유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개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이는 제사 상차림이 양념이 발달 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것과 가능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세번째 줄에 오르는 전과 적은 술안주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이 유는 장어가 용(龍)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므로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를 올릴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를 따른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다.


네번째 놓인 탕은 어탕, 육탕, 계탕 이렇게 3가지 탕을 올렸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天産) 것이기 때문에 양(陽)수인 홀수로 놓는다. 그리고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조상들이 잡수시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섯번째는 메(밥)와 갱(국)을 신위 수대로 올린다. 제사 때 신위에 바치는 쌀밥을 메라 하고 국은 갱이라고 한다. 메는 특별히 되게 하는데 이것은 쌀의 본래 모습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 되게 만든다. 이 때 메와 갱을 올리는 위치는 우리가 밥과 국을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과 같은 차례에는 메와 갱 대신에 송편을 올리고 설에는 떡국을 올린다.


제사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떡이다. 떡은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 중에서 가장 정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떡은 오랜 옛날부터 제사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추석 차례 상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송편이다. 추석의 상징적 의미는 둥근 달과 함께 어우러진다. 알알이 여문 알곡과 만월이 주술적인 연상으로 묶이면서 원형(圓形)으로 추상되는 민간신앙을 낳았다. 그 중 하나가 둥근 달과 알곡을 모방한 송편이다. 또 달빛 아래서 여인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 며 추는 강강술래도 알곡과 보름달이 투영된 춤이다.


차례는 하루 전부터 집안팎을 청소하고 목욕 재계하는 마음의 준비로부터 시작한다. 제기를 닦고 제구를 설치한 후 식어도 상관없는 제수를 차린다. 제기를 보면 보통 사용하는 그릇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이는 예전의 조상들이 상을 쓰기 이전에 사용하던 굽이 있는 그릇을 그대로 써왔기 때문이다. 이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조상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에서 평상시 쓰는 그릇과 구분하기 위해 굽을 높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제상 위에 윗대의 조상 신위부터 모신다. 제주는 꿇어앉아 향(香)을 세 번 사르고 강신(降神)의 예를 행한다. 강신이라 함은 신을 내리게 한다는 뜻. 향은 부정을 깨끗이 하는 정화 기능과 신성을 상징한다. 처음 인도에서 향이 사용될 때는 상징적 의미보다 실질적 의미가 더 강했다. 부패로 인해 악취가 많은 인도의 기후에서 악취를 제거하고 해충들의 근접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향을 사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주위 환경을 정결하게 해 향피우기가 신성성 을 지니게 됐다. 따라서 제사를 비롯해 모든 성스러운 종교의식은 향불을 피움으로써 시작 한다. 즉 분향은 신이 강림해 좌정할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며, 영혼이 향내를 맡고 찾아오게 하는 행위다.

조상을 부르는 의식으로 술을 모사 그릇에 나누어 붓고 재배하는 것이 있다. 모사기에는 깨끗한 모래가 담겨 있는데 이는 땅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땅속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의식으로 해석된다. 향을 사르면서 하늘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것과 대응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강신의 예를 마치면 강림한 신에 대해 참석자들이 일제히 두 번 절을 하고 식어서는 안될 제수를 윗대 조상의 신위부터 올린다. 다음에 제주를 올리고 조상들이 음식을 드실 시간을 드리기 위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다. 식사 권유가 끝나면 수저를 내려 시접에 담고 참가자 전원이 합동으로 두 번 절을 올린다. 이로써 조상에 대한 예를 마치고 신주를 따로 모시거나 지방을 썼으면 태운다. 차례 음식을 제상에서 내려 정리하고 차례에 참석한 사람 들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조상의 유덕을 기린다.

차례에서는 신위를 상좌인 북쪽에 놓는다. 경우에 따라서 북쪽에 놓을 수 없더라도 신위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한다. 상례(喪禮)에서 죽음이 확인되면 죽은 이의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한다. 북쪽은 북망산천(北邙山川)이라고 일컫는 죽은 이의 세계를 나타낸다. 이러한 유교식 의례는 한나라의 수도 북쪽에 자리잡은 묘지가 있던 북망산의 지리적 위치에서 유래한다. 또 북쪽이 상좌인 것은 임금이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예로 부터 북쪽은 대궐이 있는 곳으로 인식돼 있었다. 따라서 모든 제사 의식에서는 신주를 모신 사당과 신위를 북쪽에 모시고 제례를 행하는 것이 유교의 일반적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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